“자식에게 만 권의 책을 주는 것 보다 만 리의 여행을 보내는 것이 더 유익하다.”라는 중국 속담이 있다. 속담처럼 역사의 현장을 답사하며 경험을 축적한 인물이 있다. 바로 사마천이다. 사마천은 2000여년 전의 중국 역사학자이다. 역사서의 대명사로 칭송되는 <사기>의 저자이다. <사기>는 오늘날까지 세계인에게 불후의 명작으로 손꼽힌다. 생동감 있는 문장 속에 중국 전역을 여행한 사마천의 경험이 녹여져 있기 때문이다. 직접 경험이 중요하다는 이야기다. (사)과학관과문화도 만 리의 여행을 다녀왔다. 학생과 학부모 25명으로 해외 연수단을 꾸렸다. 1월 28일~1월 31일까지 3박 4일 일정이었다. 연수단은 일본 과학박물관들을 직접 둘러보았다. 국립과학박물관, 츠쿠바 스페이스센터, 과학기술관, 과학미래관등 도쿄에 있는 박물관을 모두 돌아보기에는 시간이 빠듯했다. 그러나 만 리의 여정을 떠난 연수단에게는 분명 유익하고 알찬 시간이었다. 우에노 공원에 위치한 국립과학박물관은 1926년 개관했다. 일본의 국립자연사박물관이라 할 수 있다. 이곳은 오랜 세월동안 일본 과학 대중화의 발원지가 되어왔다. 과학 대중화를 위한 박물관의 끊임없는 노력이 고스란히 전시물에 투영되고 있었다. 36O(삼육오) 극장은 깜짝 놀랄 만한 판타지였다. 신대륙을 발견한 콜럼버스도 이처럼 놀라지 않았으리라. 극장은 지구를 100만분의 1로 줄인 공 모양이다. 8분여의 시간동안 공 속이 영상으로 가득 찬다. 360도 모든 방향에서 입체적으로 감상할 수 있다. 머리 위, 양 옆, 발밑에 펼쳐지는 300만 년 전의 영상은 현재 시공간을 잊게 만든다. 영상 속으로 들어가 오스트랄로피테쿠스가 되어 나무에서 내려오는 듯한 착각이 들게 만든다. 일본의 항공우주기술은 세계적이다. JAXA의 츠쿠바 스페이스센터는 로켓, 인공위성 뿐 만아니라 우주 관련 개발을 진행한다. 연수단은 운이 좋았다. 실시간으로 우주에서 전송되는 국제우주정거장(ISS) 모습을 직접 볼 수 있었다. 국제우주정거장의 실시간 모습이라니! 연수단이 본 국제우주정거장의 모듈은 일본의 우주실험실 ‘기보’의 모습이었다. ‘기보’는 일본어로 희망이라는 뜻이다. ISS는 16개국이 참가하여 건설하고 있는 우주정거장이다. ‘기보’는 세계과학기술계에서 일본의 위상을 말해준다. 과학기술관에서는 과학을 온몸으로 체험한다. 과학기술의 과거, 현재, 미래가 망라되어 있다. 자전거에서 시작한 과학기술이 첨단 하이브리드 엔진을 장착한 자동차로 발전된다. ‘피타고라스의 정리’를 증명하는 퍼즐은 수학과 과학이 통하는 것을 증명한다. 그 옆의 첨단 3D 프린터로 출력한 입체 퍼즐도 신기하다. 기초와 첨단의 어울림이 과학기술관의 핵심이다. 과학미래관은 휴머노이드 로봇 ‘아시모’와 ‘파로’로 설명된다. 일본이 가고자 하는 미래의 방향이다. ‘아시모’는 사람처럼 운동을 예측하고 제어한다. 말하고 한쪽 발로 점프도 하고 달린다. 후진도 가능하다. 인간형 로봇은 과학기술의 비약적 발전을 보여준다. ‘파로’는 심리치료로봇이다. 복슬복슬한 털은 바다표범 새끼를 만지는 듯한 감촉이다. 빛과 소리에 반응해 눈을 껌뻑이거나 옹알이를 하며 애교를 부린다. 수염을 잡아당기면 싫어한다. 소아정신질환으로 반년동안 말을 하지 않던 어린이가 ‘파로’와 소통한 후 말문을 열었다고 한다. ‘파로’는 인간과 로봇의 조화로운 접점이다. 연수단은 이번 연수에서 일본의 과학에 대한 열정과 힘을 느꼈다. 노벨상을 24명이나 배출한 일본의 저력 말이다. 마이클 프로스트는 “진정한 여행은 새로운 풍경을 보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가지는 데 있다.”고 하였다. 만 리의 여행에는 새로운 눈과 배울 점이 넘치고 있었다. <끝> 기사 작성 최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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